우리 옛 속담에 '늦게배운 도둑질에 날새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서편제'에서 배우로 활동하던 시기의 김명곤 전 문화부 장관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 때 '노제' 총감독을 맡아 크레인을 올라 타고서 노제 시작에 앞서 "해동조선 대한민국 제 16대 노무현 대통령 복~복~복~"을 외치는 초혼 의식을 하고 있는 김 전 장관 대표작 '서편제' 중의 한 장면. 맨 앞이 김 전 장관이다 장관 재직 시절 문화부 출입기자들과 함께 대학로에서 연극 관람중 폭소를 터뜨리고 있는 김 전 장관(와이셔츠 차림)
이 말은 흔히 늦게 시작했지만 어떤 일에 푹 빠져 지내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죠.
이 말 속엔 부정적인 뉘앙스도 없진 않지만, 꼭 그렇게만 볼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더러는 사랑을, 더러는 취미를 이렇게 시작하는 분들이 없지 않죠^^
가로늦게 블로그를 시작한 후 요즘 블로그에 푹 빠져지내는 어떤 이가 있습니다.
그것도 2, 30대 청년도 아니고, 또 이름없는 무명거사도 아닙니다.
예상을 깨고 전례없는 대히트를 친 '서편제'의 주연배우로는 물론이요,
국립극장장, 문화부장관 등 문화계 고위관료를 지낸 유명인사입니다.
김명곤(57) 씨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는 '김명곤의 세상이야기'(http://dreamnet21.tistory.com/)라는 블로그를 운영중입니다. 지난 5월 3일 첫 글을 올렸으니 시작한 지 아직 채 두 달도 되지 않습니다.
6월 30일 현재 41건의 글을 올렸으니 3일에 2편 씩 쓴 셈입니다.
초보블로거 치고는 대단한 열정입니다. 미쳐지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글도 좋습니다. 화려한 경력과 연륜의 무게가 묻어나고 있습니다.
초보 치고는 방문자도 많고, 댓글도 재밌습니다. 한미디로 시끌시끌합니다.
처음 이 블로그의 등장한 후 저는 예의주시를 해왔었죠. 잘 할까? 하면서요.
오프라인의 명사들이라고 해서 온라인에서 꼭 안착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조기에 안착을 하고 그 열정 또한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지난주말에 이메일로 인터뷰 질문지를 보냈더니 오늘 아침 답장이 왔군요.
답변도 시원시원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영원히' 블로그를 하고싶답니다.
그럼, 그와의 문답 한번 보실래요?
- 먼저 자기소개를 좀 부탁드립니다. 주요 경력과 가족사항, 그리고 취미나 관심사 등을 자유롭게 소개해 주십시오.
" 자기 소개를 해 본 지가 오래되니 무척 쑥스럽군요. 고향은 전주구요. 연극과 판소리에 미쳐서 젊은 시절을 보낸 탓에 아리랑 극단의 대표도 하고, <서편제> 출연과 시나리오를 쓰기도 하고, 국립극장장과 문화부장관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문학과 음악과 공연 예술과 영상 예술을 두루두루 좋아합니다. 남들이 취미로 하는 일들을 직업으로 삼아 살고 있는 행복한 사나이입니다."
-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이왕이면 이것도 좀 자세하게 소개해주시길^^
"우선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조직위원장을 맡아서 9월 23일부터 27일 사이에 전주에서 열리는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구요. 강연을 하러 전국을 떠돌아다니기도 하고, <햄릿>의 한국판 뮤지컬 대본을 쓰느라 머리를 쥐어 뜯기도 하지요. 참, 요즘은 무엇보다 블로그에 푹 빠져 지내고 있습니다."
- 무주 구름샘 마을의 딱따구리 가족들도 잘 있나요?
"지난 번에 가서 사진 찍고 온 뒤로 못 가봤는데요, 마을 아저씨 얘기로는 잘 지내고 있다고 하네요. 정말 보고 싶습니다."
- 밖에 나가면 요즘 호칭을 뭐라고 부릅니까? 아직도 ‘김 장관’이라고도 부릅니까?
"사람마다 다릅니다. 장관, 선생님, 선배, 친구야, 아저씨, 오빠...."
- 문화부장관 시절을 회고할 때 가장 잘 한 것과 가장 아쉬운 것 하나씩을 소개한다면요.
"가장 잘 한 것은 사라져버렸던 전통예술과를 새로 만들고 전통예술진흥 정책 발표하고 예산 만들어 낸 것을 꼽고 싶구요. 가장 아쉬운 것은 '바다이야기' 사건 처리하느라 초반전에 진을 너무 많이 소모한 점을 꼽고 싶네요."
- 참여정부에서 각료를 지내셨는데, 노무현 대통령과의 개인적 일화나 기억 같은 게 있으면 한두 가지 소개해주세요.
"전 그 분의 정치활동과는 인연이 없이 옆에서 지켜만 보는 입장이었습니다. 제가 국립극장장을 하던 어느 일요일, 갑자기 부부동반하셔서 극장에서 창극을 보시고 저녁에 청와대에서 만찬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식사 내내 판소리와 풍물과 민요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지요. 그러고서 얼마 뒤 극장장 임기가 끝나 연극 연습을 하고 있는 데, 청와대에서 연락이 와서 장관 제의를 받은 겁니다. 주변에 정치 동료도 많고 입각을 꿈꾸는 측근들도 많았을 텐데 오로지 자신의 판단만으로 저에게 장관직을 제안하신 그 분의 결단은 두고두고 저를 감동시켰습니다."
- 노 전 대통령 장례식 때 ‘노제’ 총감독을 맡으셨는데요, 블로그에 쓰신 ‘뒷얘기’를 보니 좀 씁쓸합니다. 혹 더 보탤 얘기가 있으시면 몇 자 언급해주세요.
"전 국립극장장을 할 때 광복 60주년 기념 행사 총감독과 APEC세계정상회의 개막공연 총감독등을 해봤기 때문에 행사 관련 관료들의 비협조와 문제점에 대해 어느 정도 경험이 있었습니다. 참여정부의 행사를 할 때도 힘들었는데, 정권이 바뀌었으니 힘든 건 당연한 일이었겠죠. 어쨌든 모든 난관을 뚫고 노제가 큰 탈없이 진행된 점 모든 분들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장관은 정치인이라기보다는 행정가라고 생각합니다. 후임 유인촌 장관도 같은 연극배우 출신인데요, 예술인 출신들의 입각을 어떻게 보세요?
"예술인들이 정치인이나 행정가보다 현장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과 인맥이 풍부한 점은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 장점이 단점으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현장의 나무들에 빠져 숲을 보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예술가 중에 경영과 행정력과 리더쉽을 두루 갖춘 인재가 나와서 장관직을 수행한다면 더 말 할 나위가 없겠죠."
- 대학에서는 독문학을 전공하셨는데, 연극 쪽으로는 어떻게 인연이 맺어졌나요?
"독어과 2학년 시절에 우연히 서울 사대 연극반 연습하는 걸 구경하러 갔다가 연극의 덫에 빠져버린 겁니다."
- ‘서편제’ 이후 전통문화를 테마로 한 대작이 나오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그런 작품을 하겠다는 제작자나 투자자가 없구요, 액션이나 멜로나 코믹 같은 장르 영화에 비해 아직 장르가 형성되지 않은 테마를 다룰 수 있는 작가가 부족하구요, 임권택 감독님처럼 오랫동안 전통에 천착한 감독도 부족하기 때문일 겁니다. 아, 가슴속에서 슬픔이 솟구치는군요."
- 평소 글을 많이 쓰십니까? 그간 주로 어디에, 어떤 성격의 글을 쓰셨나요?
"연극하기 전엔 열렬한 문학지망생이었습니다. 그동안 희곡이나 시나리오를 열심히 썼구요. 연극으로 벌이가 없을 땐 국악이나 전통문화 관련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하기도 했구요, 신문, 잡지 등에서 청탁을 받아 간간이 글을 쓰곤 했습니다."
- 기존에 쓰시던 글과 블로그 문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호흡이 짧아지고 흐름을 중요시 하게 되더군요. 지나치게 문학적 수사를 꾸미거나 현학 취미의 문장도 줄어지구요."
- 대박을 낸 번역서도 하나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직접 소개해 주시죠.
"직장을 그만 두고 벌이가 없을 때 모 출판사 선배의 요청으로 이태리 소설가의 <돈 까밀로와 빼뽀네>라는 연작 소설의 영문판을 번역했는데 출판사가 그 책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합니다. 물론 저에게는 가장 싸게 책정된 번역료 말고는 국물도 없었지요."
-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이라는 노래에 꽂히신 것 같은데, 그 노래의 무엇 때문에 눈물까지 흘리셨나요? 혹 가사 중의 ‘구멍난 가슴’ 같은 사연이라도 있으신지???
"그 노래는 백지영씨나 작곡자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없이 오로지 노래만으로 제 가슴에 들어 와 꽂힌 케이스입니다. 제 개인적 사연과 연관이 되었다기 보다는 대화체의 가사, 짧은 호흡, 시작하는 것 같지 않게 시작했다가 끝나는 것 같지 않게 끝나는 독특한 곡의 흐름, 백지영씨의 음색과 가창력, 하다못해 반주의 적절한 울림까지 모든 것이 제 가슴 속에 들어왔습니다. 그 노래 관련된 블로그의 글 덕분에 작곡가인 방시혁씨를 만나 둘이서 의기투합하여 뮤지컬 작업까지 하게 됐으니 저하고는 참으로 기이한 인연으로 맺어진 노래입니다."
- 블로그는 “탐진강님의 전적인 권유와 가르침과 후원으로 시작한 도전”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 이전에는 블로그를 전연 모르셨나요?
"블로그와 홈페이지의 차이점도 몰랐습니다.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던 저에게 탐진강님이 직접 등록을 해주시고 블로그의 기초를 모두 전수해 준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된 겁니다."
- 직접 해보시니까 블로그 글쓰기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글이 살아 숨쉬고, 나도 모르는 공간에서 살아 떠돌아다니는 듯한 느낌이 블로그의 가장 큰 매력인 듯 합니다."
- 블로그 글쓰기를 두고 “나 혼자 수필을 쓰거나, 희곡이나 시나리오를 쓰거나,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를 하기 위해 자판을 두드릴 때는 느끼지 못했던 현상”이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현상인가요?
"미지의 블로거들이나 네티즌들에게 내 글을 띄운다는 설레임,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내 글을 읽고 보내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는 기쁨, 그들과의 따뜻한 소통이 이루어질 때의 행복감...등등 많은 현상들이 생겨났습니다."
- 하루 일과 중에서 블로그 글쓰기는 우선순위 몇 번째 정도인가요?
"일 없는 날은 첫 번째, 일 할 땐 두 번째, 작품 쓸 땐 세 번째."
- 블로그의 글감은 주로 어디서 찾습니까?
"책, 신문, 인터넷, 운전 중, 친구와의 술자리, 아이들과의 대화, 때론 꿈속에서도..."
- <'존나'라는 단어는 욕일까, 욕이 아닐까?>라는 글은 어떤 상황에서 착안하신 건가요?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듣다가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소재를 얻고, 몇 가지 글에서 자료를 얻어서 쓴 겁니다."
- 블로그를 시작한 지 보름만에 올린 <50대 후반의 컴맹인 내가 블로깅을 해보니>라는 글에서 "늦었지만 시작하기 너무 잘했고, 너무 즐겁다"고 하셨는데, 그 즐거움을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십시오.
"전 본래 글쓰기를 좋아했는데 남의 청탁 없이, 아무 제약 없이, 쓰고 싶으면 쓰고 쓰기 싫으면 안 쓰고, 내 맘에 맞게 디자인하고 편집한 글을 올린다는 게 너무도 즐겁습니다."
- 블로그 하시는 걸 두고 주변 지인들은 뭐라고 하십니까?
"부러워하고 대단하다고들 하지만 제 또래 지인들 중에 블로그가 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 때문에 조금 외롭습니다."
- 주변분들 가운데는 블로그 하시는 걸 부러워는 하면서 막상 자신들은 시작하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이라고 보십니까?
"글쓰기의 어려움, 또는 글쓰기의 두려움 아닐까요?"
- 블로그 하시느라고 잠을 제대로 못주무시나 본데요, 하루에 블로그에 얼마나 시간을 쏟으시나요?
"아직 모르는 게 많고 자판 솜씨도 서툴러서 모든 게 느리다보니 어느 땐 서너 시간이 휙 지나가더군요."
- 사진은 남의 것이 많아 보이는데요, 사진 찍는 솜씨는 어떠세요?
"사진, 동영상, 음악 파일...모든 게 서툴러서 부끄럽습니다. 후배들한테 하나하나 배워 나가고 있습니다."
- 블로그 오른쪽에 보면 ‘링크(link)'가 적지 않던데요, 얼마나 자주 들르세요?
"자주 들러야겠다는 생각에 링크해 놨는데 미안하게도 자주 못들립니다. 이웃 여러분, 미안해요! 사랑해요!"
- 블로그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로 ‘소통’을 꼽으시던데요, ‘소통’을 해봤더니 어떻던가요?
"너무도 다양한 세계를 가꾸고 계신 블로거들과의 소통은 저를 자꾸 새로운 세계로 인도해줍니다. 그들과의 소통은 저의 삶을 풍성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 댓글에 답글을 거의 다 다시던데요, 재밌나요, 아니면 그거 귀찮나요?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때로 지나가다 욕설을 하거나 무성의한 댓글을 남기는 분에게까지 답글을 남기기는 힘들더군요."
- 블로그는 언제까지 하실 건가요?
"할 수만 있다면 영원히."
- 끝으로, 긴 질문에 답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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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용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도 등장한 부분을 보니 부족한 점이 많은데 부끄럽습니다.
블로그는 누가 가르쳐준다고 잘 하는 것이 아니라 블로거 자신과의 싸움 그리고 스스로 자가발전하는 열정인 듯 합니다.
그런 점에서 김명곤님은 엄청난 열정과 내공, 그리고 삶의 철학이 깊은 분인 것 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좋은 한주되세요.
PS; 문화면으로 발행했으면 더 좋았을 듯 합니다.^^;
사부님께서 납시셨군요^^
능력도 중요하지만 열정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김 전 장관께서는 박수받을만 합니다.
* 그러고보니 문화면으로 전송할 걸 그랬군요, 지적 감사드립니다..
종종 이곳 블로그에도 와보는데, 여러 인터뷰 내용들이 좋습니다.
글 읽는 재미를 주셔서 자주오겠습니다.
칭찬을 들으니 쑥스럽네요^^
세상 얘기 가운데 사람 얘기가 제일 재밌죠,
가끔 들러주시길...
제 인터뷰 기사를 보러 들어왔다가 탐인님의 여러 글들을 함께 읽고 많이 배웠습니다. 두 개의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열정과 공력이 대단히시군요. 앞으로도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한가지 저도 부탁할 일이 있습니다. [편견타파 릴레이]의 바톤을 이어 받았는데 다음 주자로 선생님을 추천하려 합니다. 꼭 부탁드립니다. 강요성 부탁!
제 블로그에서 뭘 배우셨다는 건 당치 않습니다.
다만 제 나름으로 열심히 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근데, 제게 어려운 부탁을 하셔서 거절할 수도 없고..
그 이유는 무엇보다 제가 편견이 가득찬 사람입니다.
그레서 제가 적임자가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요즘 강의 중에 김명곤 장관님 블로그를 단골로 소개하고 있는데 인터뷰 글을 보니 반갑군요..
어느 분 보다도 많은 읽을 거리와 재미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마와 무더위 시작인데 정대표님도 격무에 건강과 기쁨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잘 보고 갑니다.
안녕하신지요? 오랫만입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도와드리지도 못해 죄송합니다.
여건이 되면 도울 방법을 찾아보겟습니다.
장마철에 건강에 유의하시길...
잘 읽었습니다.
지금의 열정이 변하지 않기를 바람합니다.
장관님 건강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