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규 의원
오늘 한 장부가 장도(壯途)에 올랐다.
( * 장도(壯途) : 중대한 사명이나 장한 뜻을 품고 떠나는 길)
주인공의 이름은 최용규(52).
그는 대통합민주신당 소속 재선 국회의원이다.
내 책상머리에 있는 달력 3월 4일자 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최용규 의원 출국, 우크라이나'
최 의원은 예정대로 오늘 낮 2시 비행기로 우크라이나로 떠났다.
총선이 한 달 남짓 남은 시점에서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을 훑느라 정신이 없는 요즘,
'인천 부평을'이 지역구인 그는 왜 우크라이나로 떠났을까?
최 의원은 금년 1월초 18대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비리에 연루돼 정게에서 쫓겨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새 정부의 요직에 발탁돼서도 아니다.
본인 스스로 그만둔 것이다.
그는 정계은퇴의 변으로 "정치보다 더 관심있는 일을 하기 위해 떠난다"고 밝혔다.
이미 잘 알려진대로 최 의원은 율사 출신으로 민족문제에 남다를 관심을 보여온 인물이다.
친일파들의 재산환수를 위해 지난 2005년 말에 제정된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은 그가 발의하였고,
또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애쓴 주인공이다.
(* 이를 근거로 지난 2005년 말에 발족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에서는
이미 몇 차례에 걸쳐 친일파들의 재산 국가환수를 발표한 바 있다)
최 의원이 우크라이나로 떠난 까닭은 무엇일까?
그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답을 찾을 수도 있겠다.
그의 우크라이나행은 평소 지론에서 나온, 자연스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부터 앞세운다면, 그는
1) 우크라이나에 있는 무국적 동포 2만명의 국적 회복을 위해,
2) 또 그들이 스스로 자립하도록 기술을 가르치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떠났다.
최 의원은 최근 <여의도통신>(08. 1. 28)과의 인터뷰에서
"자식 교육도 못시키고 전기, 가스공급도 못받는 그 사람들의 국적회복을 위해 힘쓸 계획"이라며 "OECD에 가입하고 경제력이 세계 11위라는 국가라 자랑하면서 내 동포를 돌보지 못한 것부터 부끄러워 해야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런 일은 개인 차원에서 할 일이 아니다.
당연히 국가 차원에서 추진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런 일이 무슨 돈이나 명예가 뒤따르 는 것일까마는
그는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이 일을 하고자 국회의원 자리도 내던지고
오늘 홀로 장도에 오른 것이다.
일전에 이런 소식을 접하고 나는 최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떠나기 전에 몇 분들과 함께 식사라도 같이 하기로 약속했었다.
그러나 그 약속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출발에 앞서 이것저것 챙기느라 최 의원이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 출근해서 달력을 보고서 평소 최 의원과 가깝게 지내던 조세현(광복회원) 선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 선생은 최 의원이 예정대로 오늘 출국을 하며, 광복회원 몇 분이 공항에 전송을 나왔노라고 했다. 그리고 최 의원의 러시아 통역을 위해 왕산 허위 선생의 증손자가 동행한다고 알려줬다. (* 허위 선생의 증손자 허연 씨는 최 의원의 도움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지금 통합민주당 공천 심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최 의원이 무난히 공천을 받고, 또 본선에서의 당선 여부는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비교적 평가가 나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3선'도 도전할만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는 '3선 의원' 대신 '무국적 동포'를 선택했다.
그의 이런 '선택'에 대해서도 당장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다만, 그의 '남다른 선택'에 대해 주목하고,
또 성공을 기원하는 데는 인색하지 말아야겠다.
부디 그 장한 뜻을 이뤄내시길 마음으로 빌어드리고 싶다.
특히 낯설고 물선 객지에서 건강도 함께 하시길...
최용규 의원(오른쪽 세번째)의 우크라이나행을 전송하기 위해 공항으로 나온 광복회원들(조세현 선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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